Assemblage of Boundaries
Ideas
01 Prologue 건축은 죽음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가?
나무는 죽지 않는다.
나무는 죽음을 향해 아주 천천히 나아간다.
독일 산림학자 피터 볼레벤은 한 나무가 100년을 산다면,
그중 절반의 시간은 반쯤 죽은 채,
다른 생명을 위한 공간이 되어간다고 말한다.
나무는 죽음 앞에서 조용히 붕괴되지 않는다.
시간을 펼치고, 형태를 내어주며, 그 자리에 다른 생명이 얹히는 살아 있는 구조로 존재한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도시의 학교는 나무와 닮아 있다.
사용자 수가 줄고, 기능이 고정된 학교는
겉보기엔 이미 소진된 인프라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것은 소멸이 아니라,
다른 삶이 깃들 틈을 남겨둔 멈춤일지도 모른다.
이 프로젝트는
‘완공 이후 정지된 건축’으로서의 학교를,
‘죽음을 향해 열려 있는 건축’으로 다시 바라보는 일이다.
그리고 그 질문은 하이데거가 말한 것처럼 다시 돌아온다.
건축은 죽음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가?
...
그렇다면 학교는,
죽음을 향해 생명력을 되찾을 수 있는 가?
01-1 Issue 학교에서 발견되는 포함의 역설 (pradox of inclusion)
학교는 학생과 주민을 포함시킨 듯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관계와 참여로부터 배제된 구조다. 이는 아감벤이 말한, ‘포함을 가장한 배제’의 권력이 학교라는 제도 안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준다. 보호라는 이름 아래, 그들은 고요히 고립된다. 학교는 학생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공간으로 작동한다. 그러나 보호의 명분 아래, 학교는 지역사회로부터 폐쇄되고 주민 역시 학교는 마을의 일부가 아니다. 그 결과 학생과 주민 모두의 참여를 제한하는 구조가 형성된다. 이는 ‘포함’이라는 명분 아래, 배제를 작동시키는 현대 교육 공간의 역설이다.
02 Site 단절된 두 생활권의 경계에 선 학교, 서울신성초등학교
학교는 60~80년대 표준설계도로 지어져, 어디서나 비슷한 모습과 성격을 갖게 되었다. 도시 곳곳에 배치된 이 전형적 학교들은 생활권을 단절시키고 경계로 고립되어, 폐교만을 기다리는 구조가 되었다. 서울 신성초 역시 전형적인 ‘ㄱ자형 편복도형’ 학교이며,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지역 맥락에 유연히 적용할 수 있는 확장형 프로토타입을 제안한다.
서울신성초등학교는 도시 전역에 균질하게 배치된 전형적인 초등학교 유형을 따른다. 페리의 근린주구 이론에 따라 생활권 내 도보 5분 거리에 위치하고, 반복된 평면과 구조, 단일한 사용자 집단(학생)을 전제로 계획되었다. 이러한 전형성은 단지 설계 형식의 반복이 아니라, 교사 배치 기준, 학급당 인원수, 행정 지원 방식 등 제도적 표준화가 공간을 고착시킨 결과이다. 그럼에도 학교는 여전히 ‘보호’의 논리 아래 지역과 단절되어 있다.따라서 이 프로젝트를 통해, 전형적 학교 유형에 새로운 경계 체계를 삽입하여, 교육 공간을 다층적 생활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프로토타입을 제안한다. 이는 하나의 학교를 넘어, 도시 전반의 학교-동네 관계를 재조정할 것을 기대해본다.
03 Approach 보호와 관계의 균형을 위한 새로운 경계체계 구축하기
Approach 1 ‘생활 확장소’ 로서의 학교
학교의 기능을 단일한 교육 기능에 국한하지 않고, 지역 생활 반경 안에서 다양한 주체들이 사용할 수 있는 ‘생활 인프라’로 확장하는 전략.
Approach 2 시간 분화형 아상블라주적 경계체계 구축
시간의 흐름에 따라 학교의 기능·사용자·경계가 다층적으로 분화되고, 이를 통해 다양한 타자가 얽혀 살아가는 ‘공존 생태계’를 만들어내는 공간 전략
03-1 ‘이질적인 것들’의 공존을 위한 아상블라주 assemblage
들뢰즈와 가타리는 미술개념을 사회적·공간적 관계로 확장하며, 고정된 중심 없이 다층적인 접속이 가능한 구조로 정의했다. 오늘날 학교는 단일한 기능과 사용자를 전제로 한 제도적 공간이 아닌, 다양한 시간, 관계, 층위가 함께 얽히는 다층적 플랫폼으로 재구성하여야한다.
03-2 아상블라주적 공존 과정
학교는 기능 고정, 사용자 단일화, 경계의 폐쇄로 인해 변화에 저항하는 공간 구조를 갖고 있다. 이를 해체하고 다층적인 사용자의 자발적 참플랫폼으로 재구성하기 위해 네 가지 아상블라주 전략 [탈영역화, 코드화, 재영역화, 경계의 유동화]를 도출하고, 이를 생태적 생애주기와 병치하여 순차적으로 정리한다.
04 학교가 바뀌면 마을이 변한다.
학교는 60~80년대에 제한된 대지에 가장 경제적인 학교를 짓기위해 표준설계도를 계획했고, 그에 따라 전국 어디에서나 학교의 성격과 규모에 관계없이 유사한 학교의 모습을 갖게되었다. 이러한 학교는 도시 곳곳에 배치되어 동네 생활권의 흐름을 단절하고, 관계가 얼어붙은 경계로서 폐교만을 기다리며 남아있다. 학생 전용이던 공간을 개방하면, 생활권의 흐름이 이어지고 학생들도 다양한 활동을 경험하며 배운다. 주민들 역시 학교를 피해가는 대신 일상 속으로 스며들며 향유하게 된다. 시간에 따라 점유가 달라지는 순간, 스쳐 지나가는 관계 속에서 가장 섬세한 보호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