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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인구_지역을 지탱하는 느슨한 연결
우리 사회 지방소멸이 심각하다. 비단 산간도서 지역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중소도시는 물론 광역지방자치단체에서도 소멸이 시작됐다. 감사원은 2047년 소멸 위험진입단계에는 72개, 소멸고위험단계에는 157개 지역이 해당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 중에는 서울 강북구·도봉구 등 지방소멸을 상상도 못 했던 도시도 포함돼 있다. 불과 30년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정주인구만으로는 더이상 지역을 지탱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관계인구'라는 개념이 탄생하였다. 관계인구는 장기체류나 정기적인 방문 등 다양한 형태를 통해 지속적으로 특정 지역과 관계를 맺어 나가는 인구를 일컫는다. 관광은 일회적이라 지역의 저력으로는 이어지지 못하고, 정주라는 선택은 진입장벽이 높다. 관계인구는 도시 거주자들이 가질 수 있는 다분화된 선택지 중 하나로 이들의 힘을 빌려 지속 가능한 지역 만들기의 외연을 넓히고 고향의 관점을 바꿀 수 있다.
지역과 더 깊은 관계 맺기 _ 워케이션 센터
워케이션(Workation)은 일(Work)와 휴가(Vacation)의 합성어로, 원하는 곳에서 업무와 휴가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새로운 근무제도를 일컬으며, 한국에서는 코로나19로 재택이나 원격근무가 늘어나면서 더욱 주목을 받게 되었다. 워케이션은 근무시간 외의 개인 시간을 휴가 즉, 휴양지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관광지를 돌아보는 등 여행의 개념을 내포하고 있으므로 재택·원격 근무와는 차별화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체류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스쳐 지나가는 관광보다 지역과 더 깊은 관계를 맺게 되고 이는 지역의 관계인구가 형성되는 것이다.
워케이션 센터에서 가장 핵심적인 프로그램은 도서관과 숙박 시설이다. 현재의 디지털 노마드를 이전 세대보다 많이 아는 최초의 세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교과서나 책으로 읽거나 어른들에게 지식을 전수받기 이전에 영유아 때부터 넘쳐나는 정보와 검색에 익숙해져 새롭게 무엇을 배우고 깨닫는 과정 자체가 생략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보성때문에 책을 읽지 않고 필기조차 익숙하지 않게 되는 과도한 기술 의존성의 폐해가 나타날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되지만 한편으로는 많은 정보가 기정사실이라면 정보를 어떻게 이해하고 판별할 것인가 하는 문해력(literacy)이 또 다른 가치로서 중요해지는 시대가 되었다. 비단 문해력이 정보 해독력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문해력은 맥락을 파악하는 능력이며 타인의 의도를 읽는 능력이다. 타인의 의도를 읽는 것은 타자에 대한 이해로 이어진다. 타자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회는 단절되고 만다. 현대 사회에서 문해력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의 필수적 역량이다. 공공도서관은 문해력을 회복할 수 있는 공간이자 어린이, 청년, 성인, 노인이 모두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동체 공간으로 타인과 스치고 마주치며 다른 삶의 면면을 곁눈질로 보는 곳이기도 하다. 공공도서관의 공공성의 핵심은 무차별성에 있다. ‘모두’에는 제한이 없어야 한다. 여행 온 사람일지라도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숙박시설과 도서관이 결합된 형태의 워케이션 센터라면 외부인의 도서관 이용이 극대화됨으로 인해 도서관의 공공성이 실현될 것이고 타자와의 우연한 만남이 극대화될 것이다.
'워케이션 센터'는 숙박시설과 도서관이 결합된 형태로 도서관은 무차별적으로 외부인이 유입되어 공공성을 회복하는 도서관이 될 것이며 숙박 시설에는 디지털 노마드, 거주민, 예술가들이 자연스레 모이고 섞여 하나의 소셜 플랫폼을 형성하게 될 것이다. 또한, 워케이션 센터는 일회성이고 동적으로 즐길 거리가 많은 여수에서 다회성으로 즐길 수 있는 정적인 시설이 되어 여수라는 지역에 새로운 투어리즘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여수의 관광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사람들은 워케이션 센터를 이용하면서 지역과 더 깊은 관계를 맺게 되고 이는 궁극적으로 지방 도시로의 인구 유입을 유도하며 게토화된 사회에서 타자와의 물리적인 접촉을 통해 개인의 경계가 넓힐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