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mpoietic Co-weave Field

강민재 스튜디오 D

Ideas

일단의 결말을 이루어 활발히 사용되었던 근·현대 건축물 다수는 시간이 흐르며 기능과 사용자를 상실하고 결국 닫힌 결말에 고정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현상은 건축물이 준공된 이후 사회적·문화적 변화나 사용자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구조적 여백을 사전에 확보하지 못한 결과이다. 특히 관공서, 공장, 기념비와 같은 근대 건축물들은 특정 권위와 질서를 물리적으로 구현하며 시대적 기능이 끝난 후에는 텅 빈 실내와 표면적 디테일만 남긴 채 정지된 서사로 남게 된다. 이런 문제는 단지 근대건축물 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스마트빌딩이나 상업 복합시설 역시 동일한 문제를 반복하며, 이는 단일 목적에만 의존한 건축이 장기적인 생명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본 프로젝트는 이러한 ‘완성 이후’에 정지된 건축의 서사를 재구성하고

다시 활성화하기 위한 건축적 개입 전략을 탐색한다.

이러한 문제의 이론적 접근을 위해 프랑스 철학자 폴 리쾨르(Paul Ricoeur)의 ‘서사적 정체성(narrative identity)’ 개념을 참조한다. 리쾨르는 정체성을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시간의 흐름 속에서 지속적으로 재구성되는 이야기로 파악한다. 이는 건축에도 적용될 수 있는 개념이다. 건축은 단지 물리적으로 완공된 순간이 아니라, 사용자의 경험과 기억, 다양한 해석이 축적되면서 지속적으로 의미를 획득하는 ‘열린 텍스트’와 같다. 따라서 진정한 건축의 완성을 위해서는

사용자 참여와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를 허용할 수 있는 공간적 유연성이 고려되어야 한다.

이러한 이론적 관점을 현실화한 사례로는 알레한드로 아라베나(Alejandro Aravena)의 ‘반쪽자리 집(Quinta Monroy)’을 들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기본 구조와 서비스 코어만 제공하고, 나머지 공간은 거주자의 삶과 필요에 따라 점진적으로 채워지도록 계획되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지 물리적인 증축만이 아니라, 거주자들의 생활, 기억, 관계와 같은 비물질적인 요소들이 공간 위에 서사적으로 축적된다는 점이다. 이처럼 콘크리트 골조 위에 덧입혀지는 삶의 흔적과 이야기가 비로소 장소를 완성하며, 건축이 사용자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지속적으로 진화할 수 있음을 증명한다.

결론적으로, 급변하는 사회·문화적 환경에서 건축은 단일한 서사나 고정된 목적에서 벗어나 다양한 사용자의 경험과 해석을 담아낼 수 있는 다층적이고 유연한 구조로 변화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건축은 결국 의미를 상실하지만, 서사를 담을 여백과 유연성을 지닌 건축은 지속적인 자기 갱신과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다.

‘완성 이후의 건축’은 정적이고 완결된 형태가 아니라,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달라진 인간에 맞춰서

끊임없이 사용되고 재해석되며 유기적으로 진화하는 과정이다.

Drawings